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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코미디 영화 '밀수(Smugglers)'
'밀수(Smugglers)'는 2023년 개봉한 대한민국의 범죄 코미디 영화입니다. 류승완이 감독과 공동각본을 맡았으며 장기하가 음악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설정은 1970년대 서해안의 가상 어촌을 배경으로 당시 화학공장으로 인한 어촌의 어려움과 그로인해 어촌에 자리잡고 있는 해운회사가 밀수업에 뛰어들게 되는 내용으로 영화는 전개됩니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너무 재밌어서 앉은자리에서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되는 류승완 감독의 목표대로 배우들과 배우들이 만드는 캐릭터의 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또 보고 싶게 만드는 캐릭터들을 배우들이 만들어냈는데 배우 보는 맛이 상당해서 보는 내내 그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습니다. 배우 김혜수, 염정아가 투톱 주연으로 캐스팅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미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또한 류승완 감독의 순도 높은 장르영화를 연출했다는 점에서도 그 포인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와 같은 액션 영화에서 보여줬던 개성과 에너지를 떠올릴 수 있고 노련한 연출 능력 또한 이 영화에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출연 배우
김혜수 : 조춘자 역 염정아 : 엄진숙 역 조인성 : 권필삼 / 권 상사 역 박정민 : 장만석 / 장도리 역 김종수 : 이장춘 계장 역 고민시 : 고옥분 역 류승완 감독은 원래 김혜수와 염정아 두 배우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었고 두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주인공이지만 여성성이 너무 강조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고 여성이건 남성이건 그들이 온전한 인물로 보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캐릭터 자체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에너지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두 배우는 강력한 여성성을 뛰어넘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나다. 조인성 배우는 베트남전 참전 당시 밀수 사업에 눈을 뜬, 전국구 밀수왕으로 등장합니다. 박정민 배우는 해운회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해녀들을 돕는 순박한 청년으로 나오며 고민시 배우는 다방 레지로 시작해서 마담까지 올라가는, 야심에 찬 여인을 연기합니다. 그리고 김종수 선배는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우직한 세관원으로 등장합니다.
줄거리
밀수가 마약이나 탈세처럼 굉장히 심각한 범죄라고 규정했던 1970년대의 이야기 이지만 당시 밀수는 최악의 범죄라기보다는 이게 범죄라고 인식하기도 어려울 만큼 만연한 범죄였다고 합니다. 당시 밀거래를 통해 생필품까지 거래됐었다고 하니까요. 따라서 류승완 감독은 당시의 밀수는 규범과 제도가 만들어낸 범죄라 말하고 있습니다. 국경이 존재하고, 통제 때문에 밀거래가 시작되고, 이전에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범죄가 된다고 말입니다. 남북 대립 상황이 첨예했던 냉전 시대에는 어떤 학자의 이념을 수입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울 만큼 폐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사람들은 금지된 것을 더 욕망합니다. 보다 좋고 새로운 것을 쓰고 싶은 마음, 영화배우들이 입는 옷과 선글라스를 갖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밀수품을 찾게 됩니다. 통제된 사회에서 사람들이 욕망하는 물건을 거래하는 서스펜스, 거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 경제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동안 서해안에 있는 군천이라는 가상의 시골 마을에서 물잡이를 하는 해녀들은 평화롭던 마을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 해산물 수확이 예전 같지 않게되고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생계의 위협을 느끼던 승부사 '춘자'는 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 해녀 '진숙'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마을의 밀수 사업은 진숙네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졌고 평화로운 마을은 점차 무너지며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촬영 및 구성, 배경음악
'밀수(Smugglers)'에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수중에서 펼쳐지는 굉장히 중요한 시퀀스들이 있습니다. 해저의 풍광이 명확하게 보여야 하는데, 실제 바다에서 찍는 것은 여러 변수 때문에 너무 위험했고 그래서 수중 세트에 해초를 모두 세팅해놓고 촬영했다고 합니다. 예전 작품들처럼 맨땅에 헤딩하듯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가며 만든 것이라고 하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컨디션이었을 것입니다. 해당 숏을 찍는 시간만큼 숨을 버텨줘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70년대 바닷속 밀수 현장의 디테일을 담아낸 노력만큼 이 영화를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70년대가 배경이라 옛날 배를 사용했으며 느릴 수 밖에 없는 물속 액션을 재미를 위해서 최대한 밸런스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성공한 수중 액션에는 확실히 다른 쾌감이 있습니다. 와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상하·좌우 동선의 액션을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 있었고 조인성이 벌이는 액션 시퀀스가 하나 있는데 굉장한 볼거리를 줍니다. '밀수(Smugglers)'는 시대를 과시하기 위한 세팅은 피했으며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배경을 보여주기 위해 청각적인 부분도 신경 썼습니다. 한국영화 중 가장 풍부한 사운드트랙이 선곡된 작품일 만큼 “이때 이런 곡이 있었어?”라는 의문을 자아낼 정도로 70년대의 괴상한 로큰롤을 원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신중현, 산울림, 나미, 이은하 등 10~20대가 들을 땐 완전히 생소한, 40대 후반 이상은 잊고 있던 익숙함을 떠올리는 선곡 리스트가 될 것입니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